1. 이 영화에 대한 기본 정보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꽤 유명해졌던 시기, 2014년 5월 봄에 개봉한 영화 <그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때에 유명한 할리우드 여배우 스칼릿 조핸슨이 ‘사만다’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역할을 맡아 목소리 출연을 한다는 사실로 엄청나게 마케팅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상 전체적으로 화려하지만 따뜻한 색감을 보여주어 눈길을 사로잡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화제를 모았던 호아킨 피닉스와 유명 여배우 스칼릿 조핸슨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소재의 참신함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직접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하며 완성해 낸 이 작품은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작품상, 음악상, 주제가상, 미술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총 8개의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포함한 다양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각본상을 6번이나 받은 대단한 작품입니다. 2025년 미래의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전개되며,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를 따뜻한 색감으로 잔잔하게 풀어낸 SF 로맨스 영화이기 때문에 ‘독특하고 서정적인 로맨스’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꼭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2. 영화 <그녀>의 줄거리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주인공 ‘테오도르 트웜블리’의 직업은 굉장히 특이합니다. 바로 ‘편지 대필 작가’입니다. 타인들의 감정을 자신의 언어와 감정을 담아 전달해 주는 사람이지요. 그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마치 자신의 감정인 양 전달하는 데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결국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한 허무함을 느끼면서 공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특히 아내였던 캐서린과의 이혼을 경험한 뒤로 더욱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테오도르의 전 와이프인 캐서린은 현재 테오도르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그녀는 테오도르와 오래도록 교감을 나누며 서로의 독특한 개성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해 온 관계였지만 명확하게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테오도르에게 실망하고, 서운함을 느끼며 이혼 절차를 밟게 된 인물입니다.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일정을 미루는 테오도르를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더구나 자신의 남편이었던 사람이 인공지능 운영체제라는 생소한 존재와 사랑에 빠졌다고 하니 더욱 테오도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죠.
하지만 그런 테오도르를 이해해 주는 친구가 한명 있었으니, 바로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근무 중인 친구, 에이미입니다. 그녀는 찰스라는 남자와 8년째 동거를 해왔으며 최근 사소한 사건들로 인해 그와 헤어지게 되었고, 테오도르처럼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깊은 감정을 나누게 됩니다.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해 혼란을 겪던 테오도르에게 에이미는 운영체제와 연인으로 발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줍니다.
테오도르와 에이미는 공통으로 운영체제와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상처를 위로 받는 듯했으나 갑작스럽게 사만다를 포함한 모든 운영체제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 비로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줍니다. 누구보다도 서로를 깊게 이해할 수 있고, 각자 현재 느끼고 있을 그 감정의 고통을 어루만져 줄 수 있었죠. 타인에게서 상처 받았던 두 인물이 결국 온전하게 위로 받을 수 있는 건 인공지능이 아니라 또 다른 타인이었던 것입니다.
3. 이 영화의 명대사
저는 누군가가 저에게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십니까? 3개만 말해주세요.”라고 요청한다면 주저 없이 이 영화를 꼭 포함해서 대답합니다. 이 영화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3가지 중 한 가지인데, 그 이유는 명대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내와 이혼한 와중에도 누군가의 사랑 고백을 위한 편지를 대신 써주는 테오도르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난 앞으로 내가 느낄 감정을 벌써 다 경험해 버린 게 아닐까.”라고 말하는 부분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가 현재 느끼고 있는 외로움과 허무함과 공허함을 관통해서 그의 머릿속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사였죠. 누구나 하나씩은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텐데 그 방어기제가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정말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작동했을 때, 테오도르가 느끼게 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혼자서 자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허무함을 느끼고 있을 사람들에게,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여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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