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발자취
한국에서 2016년 12월 8일에 개봉했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그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작품입니다. 국내에서 누적 관객 수 10만 명을 기록하여 엄청나게 흥행한 작품은 아니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작품성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 진행된 영화 시상식 중 ‘칸 영화제’를 포함한 6개의 시상식에서 수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영국 출신의 ‘켄 로치’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무려 칸 영화제에서 14번이나 초청받았고,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습니다. 더불어 심사위원상 또한 3번이나 수상한 기록이 있습니다. 첫 번째 황금종려상은 2006년에 개봉한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하게 되었으며, 그 작품은 ‘더 가디언’에서 선정한 21세기 100대 영화 87위에도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켄 로치 감독에게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작품이 바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켄 로치 감독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포장하지 않고 보여줌으로써 노동계급이 제도 내에서 겪는 문제점을 영화를 통해 보여줍니다. 1998년에 개봉한 영화 <내 이름은 조>는 영국 계층 간의 부조리에 관한 영화입니다. 2000년에 개봉한 <빵과 장미>는 미국 내 이민자들의 비참한 노동 환경을 비판한 작품입니다. 2007년에 개봉한 <자유로운 세계>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던 계약직 사원 ‘앤지’가 억울하게 해고당한 후 불법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입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40년 간 묵묵히 목수로서의 삶을 살아온 주인공과 그의 이웃이 영국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며 겪게 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2. 다니엘 블레이크와 케이티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는 목수로서의 경력만 해도 40년입니다. 아내 몰리는 오랜 기간 치매를 앓아왔으며, 그들을 부양할 다른 가족은 없습니다. 몰리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게 되며 상태가 안 좋았던 다니엘의 심장이 또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주치의는 ‘질병수당’을 신청하라고 했지만 다니엘은 복지부가 지정한 수당 지급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고, 반려됩니다. 결국 다니엘은 질병수당 대신 실업수당을 신청하러 복지센터로 갑니다. 하지만 실업수당마저 쉽게 다니엘의 손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신청부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마우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노인인 다니엘에게 온라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지부의 직원은 다니엘을 돌려보냅니다. 컴퓨터로 진행되는 실업 수당 신청 과정 자체가 노인에게 힘들 수밖에 없었지만 도서관에서 온라인 신청을 시도해 보는 다니엘.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만 시간 초과로 또 수당 신청은 실패로 돌아가고 다시 복지센터에 가게 됩니다. 다니엘이 순서를 기다리던 와중 아이를 데려온 한 여자가 직원에게 사정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녀의 사정은 버스를 놓치게 되어 예약 시간보다 몇 분을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상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상황이 딱해서 다니엘도 함께 항의해 보지만 모두 쫓겨납니다.
그렇게 다니엘과 이웃 케이티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케이티는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최근에 집에 물이 새서 집주인에게 항의했다가 쫓겨났고 한동안 보호소에서 지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정신적 불안 증세가 심해지는 바람에 나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결국 새로 오게 된 동네가 이곳이었던 것입니다. 케이티의 집이 너무 추웠던 다니엘은 심지어 그 집이 전기마저 끊긴 상태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녀의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본인이 가진 얼마 안 되는 돈을 두고 나옵니다.
케이티와 다니엘은 후에 빈민 식료품 지원센터에 갑니다. 케이티는 생리대를 원하지만 직원은 지원이 부족해서 그 품목은 없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다 케이티가 잠깐 직원에게서 몇 걸음 떨어지더니 갑자기 통조림 뚜껑을 열고 허겁지겁 손에 부어 먹어버립니다. 그러다 다시 이성을 찾은 케이티는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다고 죄송하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본 다니엘은 죄송할 일이 아니라고 그녀를 달래줍니다.
3. 이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명장면
구직 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센터에 간 다니엘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장면입니다.
“마우스를 올리고 클릭한 다음 내용을 입력하세요.”라는 말을 듣고 마우스 잡은 손을 허공으로 올리는 다니엘. 그 장면은 노인 계층에게 배려가 없는 복지 정책에 대한 허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앞으로 다니엘이 겪어야 할 수많은 절차와 실패 과정이 암시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결국 사이트 이용 시간이 마감되어 좌절하는 다니엘이 결국 센터에 오프라인 방문을 하게 되기까지,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급격하게 변화해 온 사회에서 배려받지 못하는 대상들이 많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사회 비판 영화의 대가,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을 보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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